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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대기

컴백 투 더 정비공장

by 서호자 2023. 10. 5.

내 길이 아니면 빨리 포기하고 새 길을 가자.

난 아마 돌아갈 곳이 있어서 공무원의 길을 쉽게 포기한 것인 수도 있다. 공무원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만두기는 더 쉽지 않다. 의원면직하면 끝이지만 주위의 시선과 미래에 대한 나의 계획이 없다.
공무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2022년 초에 발생했다. 타지방이지만 나와 같은 날 입사한 사람이었다. 공무원 합격한 것에 대한 축하도 무수히 받았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자긍심도 많았을 것이다. 이 사람이 공무원이 안 되었으면 죽었을까. 운명의 장난인가. 축하가 시련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업무 과다로 힘들어했고, 그의 부모님은 그냥 안쓰럽게 지켜만 봤을 것이다. 하급 공무원은 일도 많고, 자기 일이 바쁘니 옆 사람에 관심이 별로 없고, 돌볼 시간도 없다. 신입 공무원은 설명서도 딱히 없는 일을 맨땅에 헤딩하면서 일을 하려고 하니 일의 진척이 없었을 것이다. 업무파악을 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하지만, 문제는 풀리지 않고 민원은 계속 들어오고, 일은 쌓여오고 어디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부모나 주위의 기대치는 높고, 쉽게 일을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러 세상과 작별한다.

잠시 멈춤 그리고 다시 정비공장으로

나도 아마 20대에 공무원이 되고적응하지 못했다면 쉽게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하지만 나는 이미 직장생활을 몇 군데 해봤고한 번 그만둘 데가 힘든 거지 몇 번 해보다 보면 괜찮아진다지금도 빨리 그만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힘들어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말하고 싶다세상은 넓고할 일은 정말 정말 많다공무원이 아니라도 할 일은 많다고공무원을 해 본 나는 왜 사람들이 공무원을 하려고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암튼, 그만두고 나서 직장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나도 자동차 검사원은 전국 어디서나 취직할 수 있지만,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자리가 날 때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물론, 공무원을 금방 그만두었기에 쥐 죽은 듯이 집에서 지냈다. 없는 듯 있는 듯 집에서 지냈다. 2개월 정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다시 정비공장의 자동차 검사원으로 복귀한다. 어려운 일을 하다가 쉬운 일을 하면 견디기 쉽다. 야근에 각종 민원에 작성해야 하는 많은 서류 등등을 이젠 안 해도 된다. 자동차 검사받으러 온 손님이 뭐라고 해도 시비를 걸어도 난 견딜 수 있다. 왜냐하면 난 더 강해졌으니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했었나. 괜히 다들 하니깐 나도 해보자는 식의 줏대 없는 내가 싫었지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누가 얘기했던가. 다시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