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무원 공부를 시작한 이유
일반 사무직 직장을 그만두고 정비공장에서 일을 해보니 아무래도 소기업이다 보니 제조회사보다 더 사장 제 맘대로 한다. 손님의 항의는 모두 우리의 잘못이다. 이유 불문하고 우리보고 뭐라 한다. 대우도 안 해준다. 4대 보험도 최소한으로 신고하고 복지도 별로 없다.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반 직장인은 더 하기가 싫었고, 공무원을 해보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에 공무원 열풍이 아직 남아 있었고, 문재인정부 시기라서 공무원을 많이 뽑는 시기였다. 군 장병들의 복무기간이 줄어서 군 장병 대신 군무원의 역할 증대 등 아무튼 공무원을 평소보다는 많이 뽑았다. 1년 공부하고 합격한다고 해도 40대에 직업 시작할 건데 어떤 공무원직을 지원해야 하나 의문이 먼저 생겼다. 유튜브를 검색하고 고민하다가 우체국에서 일하는 경리직을 공부했다. 계리직은 시험과목이 3과목이라서 접근하기 쉬운 공무원직이다. 컴퓨터, 보험과 금융, 한국사 3과목이 전부이다. 영어와 법과목이 빠져있다. 우선 책을 과목별 한 과목씩 사고, 보통은 동영상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 것 같고, 내가 일하면서 공부할 건데 100% 올인해서 공부할 건지도 확신이 안 서서 유튜브강의를 뒤지다가 계리직 공짜 동영상이 있었다. 동영상으로 1회 수업을 듣고 틈틈이 공부를 했다. 나는 할 수 있다. 굳은 의지를 가지고 했을까. 그렇지 못했다. 생각보다 공부할 내용이 많았고, 특히나 경쟁률이 너무 세다. 내가 속한 지역(광역시를 포함한 도별로 뽑는다.)은 150:1이 경쟁률이다. 경력단절된 아줌마들이 시험을 많이 친다. 수많은 대한민국 아줌마를 제치고 내가 합격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은 시험문제를 풀면서 많이 느꼈다. 어느 정도 공부하고 과년도 문제를 대충보니 쉽지가 않았다. 직장생활도 하기 싫었고, 부동산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주위 동기들의 부동산 공인중개업으로 성공한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아서 부동산쪽으로도 전망이 좋아보이지 않았고, 정비공장에서도 사장님의 횡포(?)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난 절망을 했다. 앞으로 뭐먹고 살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한 번씩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자동차검사 도중 발생한 사고
그러던 중에 일하던 정비공장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자동차 검사를 하게 되면 매연검사를 하는데 매연검사는 속도가 시속 83키로까지 나오고, 2013년 8월 16일이후 생산된 10인승이상 승합차의 경우에는 엑셀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시속 110키로 이상 나오지 않게 설정되어 있는데 모두 검사 항목이다. 검사를 하면서 차량에 부하가 많이 걸리게 하여 검사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실제 바퀴를 회전시켜서 검사를 하니 속도가 높아 위험하는 이야기이다.)
검사 도중에 검사장비가 박살 나면서 검사장비의 휠이 터졌다. 휠의 무게는 약 1톤의 쇳덩어리다. 이게 4조각이 나면서 2조각은 바닥을 치고, 나머지 2조각은 공중으로 날아가서 한 조각은 50m 떨어진 인근 공원에서 발견되고, 다른 한 조각은 300m 날아가서 아파트 12층 방으로 떨어졌다. 사람이 맞았다면 그 자리에 사망에 이르는 대형사고였지만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아파트에서는 떨어진 조각은 방 안에 침대에 떨어졌는데 평소에는 그 방쓰는 사람이 자고 있을 시간대였는데 그 날만 사고 15분전에 일어나서 집밖에 나간 상태였다. 운이 좋았다. 지방뉴스뿐 아니라 서울뉴스 단신에도 나올 정도였다. 소방서에서도 나오고, 국가과학수사대에서도 나와 현장감식을 했다. 그들이 뭘 알겠는가?(국과수에는 미안하지만 기계 및 검사사항을 자세히 알 수 없으므로 정확한 감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계오류등으로 추정한다고 뉴스에 나온 것을 봤다. 나는 왜 사고가 났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 자세한 내용을 발설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법원 갈 수도 있으니 여기까지 하겠다.
퇴사 후 공무원준비하기
암튼, 이 사건 이후로 사장님의 검사원 3명의 신뢰는 바닥을 쳤고, 자존감이 낮아진 나는 퇴사를 결정한다. 그러면서 나는 백수가 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하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마이크 타이슨)’이라고 했던가. 나도 계획이 있었다. 다시 공무원 시험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책을 다시 펴니 옛날에 공부했던 국어, 영어가 새로웠다. 한국사는 관심이 없어 공부를 잘 안 했으니, 정말 새로웠다. 새로운 항해를 하기 전에 많은 고심을 했다. 너도나도 공무원 공부를 하다 보니 나도 그냥 공무원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가? 20대들도 많이 떨어지는 공무원 공부를 30대 말 내일모레 40살이 되는 내가 도전할 수 있을까. 한번 시작하면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어차피 완주하더라도 등수 안에 못 들면 소용없는 일이긴 하지만…. 내가 대학 다닐 때도 동기 여자들이 보통 3년 정도 공부하고도 붙지도 못하는 시험인데 무모한 것은 아닐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봤다. 물어볼 사람도 자문할 방법도 딱히 없었다. 이것 빼고는…. 그것은 유튜브다. 난 모르면 유튜브를 찾아본다. 어느 학원 홍보 동영상에서 기술직 공무원이라는 것을 말한다. 특히나 토목직이나 건축직 공무원이 미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것도 정확한 수치로 보여준다. 신세계였다. 몇 년을 공부해도 안 되는 공무원이 미달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건 분명 이상적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학원에 학생들 모으려고 하는 신종 작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기계과 나왔는데 건축이나 토목에 대해 모르는데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공부가 거기서 거기지 반복 3번하고 안 되는 건 계속 알 때까지 외우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건축직 공무원에 도전한다. 기술직 공무원은 합격점수가 낮지만, 전공과목이 어렵고, 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평균점수 5점을 플러스해준다. 당연히 나는 내 대학 전공이 아니라서 자격증이 없다. 기사시험이랑 공무원시험 과목과 겹치는 것도 분명히 있을 그거로 생각하고 동시에 둘 다 준비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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