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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대기

자동차 검사원이 나에게 적격인 이유

by 서호자 2023. 10. 3.

새로운 일에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배워야 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신규 검사원이 공장에 취업하면 동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부 가르쳐줘야 하니깐 자격증은 그냥 이론이다. 자격증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지 현실 업무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자동차검사를 하다 보면 차 메이커마다 특성이 모두 다르다. 차마다 다르고, 연식에 따라 다른 것들도 많다. 같은 모양의 그랜저라도 디젤차가 있고, 휘발유, LGP차가 다 있다. 차대번호(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가 있다면 차에게는 차대번호가 있다.)도 차마다 위치가 다 다르며 심지어 같은 종류의 차라도 연식에 따라 차대번호 위치가 다르다. 일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선 결국 차대번호 위치를 외워야 한다. 같은 종류의 차라도 사륜차인지 이륜차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4륜이라고 적혀있지 않은 차들도 있고, 차주가 차 옵션이 없는데도 뒤쪽에 스티커만 4WD라고 붙여놓은 차들도 많다. 겉만 봐서 판단하면 안 된다) 검사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자동차 검사원의 장단점

그래서 신입의 월급은 적을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단점이다. 그러나 한 번 배워 두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다. 갈수록 정비공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고, 검사원은 자격증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어서 아무나 진입하기엔 힘들다. 고용 보장이 어느 정도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취직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없는 지역은 없기 때문이다. 업무의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내가 사무 직할 때본단 적다. 만약에 매연이 많이 나오는 차가 검사가 왔다면 그냥 검사하고 매연 불합격을 치면 된다. 나는 정상적으로 일을 했고, 매연이 많은 차의 수리는 차주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리 원칙대로 일하면 된다. 차주는 ‘어떡하지…. 어떡하지...’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길 바라면서 중얼거린다. 그러나 나는 대답을 안 한다. 말을 해주고 싶어도 나중에 책임이 나한테 온다. 괜스레 잘못 말했다가는 차주는 나를 원망할 수도 있다. 차 수리업체를 소개해 줘도 고맙다고 말하고도 나주에 차 수리업체와 수수료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본인 이외에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모든 게 돈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차주가 아니다. 그냥 검사만 하면 된다. 내 일만 하면 스트레스는 없다. 오늘의 불합격이 내일의 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건 내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직업정신이 없나?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그런 고객만 좀 같은 건 저 멀리 우주 안드로메다에게 보내 버렸다.

저녁이 있는 삶

두 번째로 9 to 5. 일과 삶의 균형이 확실하다. 정확하게는 9시 출근에 5시 30분 칼퇴근이 보장된다. 9시 되기 20분 전에 출근해서 기계장비를 점검하고 5시 30분에 칼퇴근한다. 빈스라는 교통안전공단의 사이트에서 모든 검사한 자료를 검사 완료 즉시 보내게 되어 있다. 인터넷이 안되면 검사도 중지되고, 교통안전공단 서버가 닫혀있으면 검사는 할 수 없다. 일요일, 공휴일은 일하고 싶어도 공단 서버가 닫혀있어서 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야근도 조출(조기 출근)도 없다. 서버가 열려야 일을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쉴 수 있는 시간이 많다. 하루 8시간을 일하지만 8시간 내내 일하는 직업이 아니다. 손님이 와야 차를 검사할 수 있다. 차가 없으면 그건 대기하고 있는 시간이다. 이건 일이 많은 검사소엔 적용이 되지 않지만, 암튼 내가 일하고 있는 검사소는 4~5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인터넷을 보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