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컨설턴트로 다시 시작하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애초 중개가 목적이 아니고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원래 가격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경매에 관심이 많았다. 울산에 경매 부동산이 있는지 교차로(구인광고지) 확인을 해보니 한 군데에서 사람 뽑는 구인광고가 나와 있다. 경매를 완전하게 숙달하기 위해서는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현업에 뛰어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포트폴리오(그 당시 빌라 외에도 2~3건의 경·공매 낙찰받은 것이 있었다)를 정리해서 이력서와 같이 가져가서 면접을 봤다. 그리고 경매상담사로서의 나의 삶이 시작되었다. 경매 상담사는 부동산 (공인) 중개사와 같이 영업직에 가깝다. 물론, 부동산에 관련된 법을 어기기는 정도 알아야 하며 경매 상담사는 경매에 관한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손님을 모셔와야 한다. 집을 싸게 살 사람,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나도 영업직은 처음이다. 경매 절차에 관해 설명하고, 그 매각물건의 특이사항에 관해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중개사 자격증과 경매에 대한 이론은 어느 정도 공부한 상태라 한두 번 다른 사람들 상담하는 거 보고 따라 해도 충분했다. 경매에 관해 설명을 듣는 손님들은 거의 내가 하는 말을 이해를 못 한다. 용어부터 어렵고, 절차도 일반 부동산 취득 절차와 다르므로 대게는 고개만 끄덕인다. 같은 말을 3번 정도 하면 그때야 ‘이제 좀 이해되네요.’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이해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부동산 광고는 전단지가 최고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크다) 매각물건을 하나 전단으로 만들어 경매 물건지 인근 전봇대에 붙인다. 한 물건당 20장 정도 붙인 것 같다. 요즘은 전봇대에 광고지를 못 붙이게 피라미드 모양의 돌기로 전봇대를 두른다. 그런 전봇대를 빼고, 여기저기 붙인다. 대부분은 손님이 전화 오지만 한 번은 이런 전화가 왔다. “xxx 부동산이죠?”, 네라고 대답하니, “전단 붙이시면 안 됩니다.” 공무원의 전화였다. 명함형식의 광고, 전단 등은 구청에 갖다 주면 비누로 바꿔 준다는 말이 있었다. 누가 신고했나 보다. 안 붙이겠다고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일주일 후에 다시 붙였다. 나도 먹고살아야지. 그리고 블로그를 통한 광고를 물건마다 내었다. Passive 적인 회사생활을 영업으로 내 삶을 바꾸고, 내 만의 사업구축을 위한 첫 단계 실험의 직업이었다. 자신의 영업한 만큼의 소득을 얻어갈 수 있는 부동산 경매다. 내가 배운 이론 공부를 실전에 써먹고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 직업도 딱 1년만 했다. 이론상의 권리분석 공부와 법원을 제집 드나들 듯이 가면서 배운 입찰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동료들이 낙찰받은 집을 내주는 것을 보면서 명도의 기술을 눈으로 또는 직접이라면서 배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나의 목표는 남의 집을 사주게 하는 컨설팅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경매로 낙찰받아서 돈을 불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기 쉽지 않았다. 여러 채의 집을 살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 대출을 위해서는 담보물뿐 아니라 개인신용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준다. 일하면서 1채를 낙찰받아서 대출하려니 4대 보험이 없는 나는 실업자로 분류되어있고, 신용등급이 1등급이지만 대출이 쉽지 않았다. MCI(한 사람당 2개까지 가능하며, 신용도로 집 대출비율을 높이는 방법)를 써서 겨우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 그리고 소득이 들쑥날쑥했다.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천만 원 가까이도 벌어 봤다. 수익을 나 7, 사무실 3으로 나누었다. 내가 가져온 수익이 950만 원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6개월 동안은 거의 수익이 없었다. 영업이란 것도 기 7, 운 3이라고 할까. 나의 기가 꺾인 거 같다. 다시 정신적 혼란이 왔다.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가야 하나? 뭐 먹고 살지?
공인중개사 자격증의 현실
부동산 자격증을 따면 보면 부동산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일을 배우기 위해서 소속공인중개사로 취직을 한다. 영업직이라서 자신이 영업하지 못하면 소득이 없다. 그리고 사무실을 차리더라도 월세, 관리비용(커피값, 차량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작지 않은 금액이 매달 빠져나가는데 소득(계약)이 없으면 사무실을 오래 운영할 수 없다. 우리 주위를 보면 제일 흔하디흔한 가게가 부동산중개사무실이다. 내가 자격증 딸 때도 동기들이 약 40명 정도였다. 대부분이 지금 현재는 부동산업을 하지 않는다. 남자의 경우, 50대가 많다. 회사에서 은퇴하고 나서 가게 하나 차려서 노후에 용돈이나 벌어보자고 하지만 개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문 닫기가 일수다. 여자분들은 30대 이후에 경력단절로 인해 부동산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자신만의 영업방법으로 중개사업소를 잘 운영하시는 분들도 몇 명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제로 운영해보니 부동산 거래가 그렇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커피숍이나 반찬가게 등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경우를 봤다. 부동산 자격증은 나의 평생직장을 보장하는 자격증이 아니다. 불법이지만 개인 능력만 뛰어나다면 자격증 없이 보조원의 자격으로 영업을 잘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그것으로 예상한다. 나는 이런 사실을 자격증 따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토지에 투자하고 경매를 배운 것이다. 아파트 거래는 경쟁이 심하고 너무 많은 부동산중개사무소가 길거리에 즐비하다. 자신만의 장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부동산 공법으로 보고 있다. 예로 여기는 1종 주거지이니 빌딩은 짓지 못하겠다. 여기는 산의 경사도가 있어서 전원주택으로 부족하다 등을 파악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한다. 같은 논, 밭이라도 도로 남쪽은 비싸고 도로 북쪽은 싸다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용도지역은 다른지, 일조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용도지역은 어디인지 알고 보면 투자의 눈이 넓어진다. 자신만의 투자전략과 전문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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