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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대기

회사를 떠나다.

by 서호자 2023. 10. 3.

사표 한번 써보자.

입사한 만큼 사표 쓸기도 쉽지는 않다. 나는 7년 정도 다니었던 회사를 나왔다. 회사는 나에게 녹봉(월급)을 주었지만 나는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어서 오랜 회사생활을 하지 못했다. 내가 하던 일은 발전소 기자재 생산 제작업무를 담당했다. 철판을 자르고 붙이고 용접해서 큰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말이 쉽지 자동차와 맞먹는 부품 개수니 제작에 보통 6개월 정도 소요된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납기다. 납기에 대한 스트레스는 대단하다. 프랑스에서 수입해야 하는 파이프, 인도에서 수입하는 튜브 등 수입하는 자재는 지연하기 일쑤다. 설계에서는 도면이 승인 안되는 경우도 많으며, 그냥 승인되지 않는 도면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위험감수를 하고 시작한다. 각종 절차서도 고객승인이 나지 않아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앞에서 시간 다 까먹고 납기는 지키란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느껴진다. 공정마다 검사해야 하고, 검사대기 시간도 많다. 맨땅에 헤딩한다고 하나? 모든 일이 그렇게 흘러간다. 차근차근 계획해서 일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겨우겨우 억지로 모든 납기를 맞춘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공정(페인트, 비파괴검사 등)도 많아서 하늘도 항상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아무튼, 쉬운 일이 없지만, 도저히 스트레스로 더 이상의 이 감옥살이는 하기 싫었다. 마침 연말에 회사구조조정이 있었다. 회사 인원의 10% 정도를 정리하였다. 다행히(?) 나의 이름은 없었다. 그래서 구조조정 인원 발표 후 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는 직원을 소모품을 여기느냐는 생각을 직접 몸소 느꼈고,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연말 성과급이 없다는 말을 듣고 결심을 했다. 인사부 상무님으로부터 반 농담 반 진으로 ‘배신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평생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상명하복식의 일 처리, 현장작업 중 발생하는 작업 실수 등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듯했다. 그러나 회사 안은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하지 않나. 주위에서는 갈 데 정해놓고 나가라고 했지만 나는 회사생활 자체에 신물이 났다. 분명 준비 없는 회사와의 이별은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평일 날 밖을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과 직업이 없는 나를 지켜보는 부모님께 죄송했다. 하지만 내 인생이다. 그냥 편하게 지내고 싶었다.

당분간 월급없이 살아보기로 결심하다.

회사생활은 현대판 노예 생활이라고 하지 않나. 친구들끼리 모이면 대부분이 월급쟁이다. 월급의 높낮이는 있을지언정 노예 생활은 같다. 조선 시대의 공노비, 사노비처럼 조금 편하고 덜한 상황이 있겠지마는 같다. 매달 나오는 달콤한 월급 때문에 노예 생활을 이어간다. 노예해방을 해주더라도 노예는 할 줄 아는 게 노예 생활밖에 없다. 자유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 정년 60세까지 잘리지 않기를 바라며 회사에 남으려고 충성을 다하게 된다. 60세가 되기 전에 회사는 노예에서 해방(해고)해줄 때, 그때는 노예가 밥만 축내고 쓸모없어지게 된 경우다.
그럼 나는 퇴사 후 무엇을 하였나? 글을 읽는 사람은 반전을 예상하지만 다시 노예 생활을 시작하였다. 나도 노예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짧은 몇 개의 직업을 거쳐 지금의 노예 생활을 시작하였다. 몇 개의 직업은 대부분 관리직이었다. 중소기업 관리직, 기술직 공무원 등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다고 했나 경력직으로 입사를 해야 전에 받는 연봉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으니 다시 종전의 노예로 돌아간 것이다. 관리직을 다시 해 보니 전에 받던 스트레스가 당연히 나를 찾아왔다. 과감히 그만두면서 다시는 관리직 회사원 생활은 안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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