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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대기

직장생활의 정석

by 서호자 2023. 10. 2.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의 비교

직장생활은 학교생활과 다르다. 당연하다. 학교는 내가 돈을 내고 수업을 받는다. (아주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부모님이 돈을 냈다) 내가 돈을 내니 내가 ‘갑’인데 나의 평가는 교수인 ‘을’이 한다. 갑이 을에게 잘 보여야 한다. 엄마는 말씀하신다. 옛날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인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그랬단다. 고등학교까지는 좋은 대학을 가려고 열심히 공부한다. 나도 고3 때는 자율학습을 자정까지 했다. 아침에 등교는 7시 15분까지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가사 중에 ‘일곱 시 삼십 분까지 우릴 조그마한 교실에 넣고 전국 수백만의 아이들에 머릿속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라고 했는데 우린 그보다 15분 일찍 등교해야만 했다. 그리고 일요일도 5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갔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어디로 진학을 했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서울대를 목표로 했지만 2학년 때는 그 계획이 수정되었다. 인서울(In Seoul)로 그리고 다시 3학년 때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잡대로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아주 긍정적이었다. 서울대 아니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위안으로 삼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전부 버스 한 번 안 타고 대학교는 시내버스만 탔다. (나는 중학교는 소위 뺑뺑이. 추첨으로 학교가 선정되고, 고등학교는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시기였다. 90년대임) 대학 졸업 시까지 교통비는 많이 아꼈으나, 버스를 자주 안 타서 그런지 시외버스나 장거리 버스를 타면 멀미가 아주 심했다. 취직하고 내 차를 내가 직접 몰고 나서부터는 멀미를 하지 않았다.
대학교에선 뭔가 다른 걸 가르칠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 왜냐하면, 학비가 비쌌거든. 학비 낸 거 만큼 얻은 게 있어야 했다. (자본주의 사회다. 돈값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다닌 바로 의하면 별로 기억 남는 게 없다. 대학강의 한 과목이 일주일에 2~3시간 수업이 대부분이다. 한 학기는 16주이고, 그러면 수업시간은 16주 x 3시간 = 48시간인데 그중에서 공휴일 걸리면 수업이 없고, 학교 교수님 사정으로 휴강하고, 첫 주는 오리엔테이션으로 잠깐 수업하고 마치고, 시험을 치는 주는 수업이 없고, 자체 휴강(?)까지 하고 나면 언제 수업하고 언제 공부해서 시험을 치냐, 구조상 많은 것을 얻을 수 없는 시간이다. 1학년이면 고등학생 시절 뼈 빠지게 공부한 거 해방한답시고 놀고, 2학년 초반에는 군대 갈 생각에 학점 망치고, 군대 갔다 와서 2학년, 3학년 잠깐 열심히 하는 척하다가 4학년 되면 취업 준비한다고 학교공부는 외딴 시 된다.
4년제라도 2년 남짓 공부하는 시스템이다. (대학을 6년제로 바꿔야 하나?)

사회 초년생의 맨땅에 헤딩하기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회사는 시스템화를 최대화하겠지만 직장인의 불만이 그것이다. 우리 회사는 시스템화가 안 되어 있다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한다. 체계 없는 회사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회사 안에서 크게는 사장님이 갑이고 나는 을이다.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상사인 사람 모두가 나의 갑이고, 나보다 늦게 늘어온 사원들은 을의 위치에 있다. 부서 간의 이견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싸움을 할 수도 있고, 직급으로 찍어 내릴 수도 있다. 직급이 높은 사람은 논리적으로 힘든 싸움을 할 때 직급을 이용한다. 갑과 을이 엄연히 존재한다.
회사는 학교와 달리 내가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한다. 실수한다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직원이 회사의 피해를 물질적으로 준다면 오너는 그 직원에서 구상권을 청구하여 돈을 받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직원의 실수를 비용 청구해버리면 소극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으므로 웬만하면 징계처리(감봉 등)로 처리하고 만다. 돈을 받으면서 일하기 때문에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자세하게 일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모두 자신들 일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일해야 한다. 나는 플랜트 쪽에서 일하였다. 발전소에 들어가는 기자재를 만들어 납품한다. 철판을 사 오고 자르고 가공하여 용접까지 하고 각종 검사를 거쳐 페인트칠하고 포장하여 발전소에 납품한다. 모든 용어가 일본어와 영어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 말을 현장 용어로 표현하면 플레이트 커팅해서 머신닝 및 핏업하고 웰딩해서 인스펙션한 다음에 페인팅 및 팩킹하여 딜리버리한다라고 표현한다. 현장에서는 거의 다 영어로 쓴다. 일부 현장 용어는 일본어 잔재도 남아 있다. 내가 신입사원일 때, 현장 소사장님이 올려오셔서 ‘ xx프로젝트는 돌관작업해야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돌관? 어디에 진입하는 건가? 인터넷으로 사전을 찾아봤다. 사전에도 용어가 없다. 플랜트는 대학에도 전공하는 과가 전무하다. 기껏 비슷한 과가 조선과정도이다. 책을 통해 배우기보다는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배워야 한다. 돌관이란 것은 납기를 못 맞춰서 주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작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2Shifts를 말한다. 간호사들이 Day shift, Night shift 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어려운 용어는 한국말도 이해하기 힘든데 영어용어까지 쓰니 회사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회의를 소집하라는 미팅 어래인지해라, 니가 보고 여기 일을 화인해봐라는 니가 인발브(involve)해라 등으로 영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런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용어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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