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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대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공무원의 현실4

by 서호자 2023. 10. 17.

잡무에 시달리는 공무원

6. 잡무에 시달린다. 그리고 내 일은 내일로 미룬다.
오늘은 출근해서 어제 신청받은 서류에 대해 문서를 작성해봐야지 하고 출근한다.
아침부터 전화가 쏟아진다. 우리 옆집에서 무엇을 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나 등등 각종 분쟁에 대해 전화가 온다. 그러다가 민원인이 하나둘 찾아온다. 이런 행위를 하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설명을 해주고, 질문을 받다 보면 내 일은 하나도 못하고 점심밥을 먹을 시간이 된다.
그리고 오후부터 다시 서류를 작성한다. 오늘 안으로 작성해서 결재를 못 받으면 3일 내 처리해야 하는 문서가 3건이나 된다. 오늘까지 처리 못 하면 처리 못 한 문서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 (감사에 불려가게 된다) 오후에는 모니터가 부서지라 쳐다보면서 타자를 하고 있다. 겨우 3건 모두 처리했다. 그리고 다른 1건을 처리했다. 편법으로 먼저 처리하고, 결재는 시간이 없어서 6시 이후에 올렸다. 이 서류는 원래 3시간 만에 처리해야 하는 문서였다. 계장님한테 불려갔다. 긴급서류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모든 서류가 긴급인데…. 긴급서류부터 하면 오늘 일이 다 내일로 미뤄지면 감사를 받게 된다.
3일 안에 처리해야 하는 문서를 3일 안에 처리한 적이 별로 없다. 거의 협의 부서에서 회신이 늦거나 다른 문제가 생겨서 3일을 연장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만약 내 잘못으로 서류를 처리 못 하면 그냥 감 사감이다.

약을 달고 사는 공무원

6. 심신이 미약해진다.
3일 안에 7일 안에 처리해야 하는 문서……. 쌓여만 가는 접수문서…….
내 일을 내가 못하면 아무도 커버해주지 않는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남아서 하든 주말에 하든지…….
내 일만 해도 힘든데……. 코로나 환자에게 안내 전화를 걸면 보건소 해당 문의를 나한테 질의한다.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하면 “같은 공무원 아니에요?”라는 답변이 온다. 민원인들은 공무원들이 무조건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2~3년마다 로테이션하면서 업무를 한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데 보통 6개월이 걸린다.
열이 받아 있는 민원인 A과 가니 B 과로 가라고 하고, B 과를 가니 C 과로 가라 한다.
왜냐하면, 해당 부서에서는 해당 업무만 설명하고 나머지 해당 업무는 다른 과에 가서 한 번 확인해 보라고 하니깐 마지막으로 우리 과에 온 민원인은 이미 성질이 많이 나와 있다. 우리 과에 관한 법률을 말해주고, 나머지는 해당 과에 가서 물어보라고 하니 이미 갔다 왔다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반문한다. 쉽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와서 한 번에 해결하려니 힘들었겠지만, 우리도 별수 없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설명할 수밖에…….
열 받은 민원인 한 마디 한다. “구청장실 어디예요?” 구청장에게 가서 말하겠다는 것이다.
동네북의 최고봉 구청장이다. 구청장은 선출직이다. 직업적으로 한 공무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9급 공무원보다 현업은 더 모른다.

이상 공무원 끝내며...

기타 말로 다 하지 못 한 게 많다.
몇 개월하고 이건 아니라고 나는 깨달았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왜냐면 어렵게 시험공부 해서 합격했기 때문이다. 국어, 영어, 국사 등 중고등학교 책 내용이 아니다. 방대한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 영어 문법 빼곤 범위도 없다. 국어시험에 조선 시대 한글을 시험문제를 내어도 되고,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영어단어문제를 내어도 이의신청을 하지 못한다.
나같이 적응 못 해도 몇 년은 견뎌본다. 그리고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그만둔다. 나이 제한이 없어 사기업 다니다가 공부해서 공무원은 할 수 있어도 공무원은 경력인정을 사기업에서는 해주질 않아 공무원경력 몇 년까지고 사기업을 취업하려면 나이에 걸리고, 경력도 없고 취업이 힘들게 된다.
나는 다시 현장직 일로 돌아간다. 몸은 고달파도 스트레스 없고, 업무시간 정해져 있고, 업무 후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월급이 얼마 되지 않지만, 박봉의 공무원 월급보다는 훨씬 많이 받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