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갈 곳이 없네요. 여기는 반까오. 반까오 거리만 왔다갔다했는데요 주변에 안비엔이란 호수가 있어서 길 건너 가봅니다. 길을 건너는 횡단보도가 없네요. 간신히 찾아서 길을 건너갑니다. 호수가 종방향으로 깁니다. 오늘은 여기를 한바퀴 돌기에 도전해 봅니다. 길거리에 항상 오토바이가 돌아다니고, 호수주변에는 낚시꾼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호수 한바퀴를 돌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큽니다. 돌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뒤돌아서 돌아갈 생각을 하면서 호수를 거닙니다. 반쯤 왔을 때는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주변을 구경합니다. 상가도 구경하고 새로 집짓는 곳도 한 번 쳐다봅니다. 우리나라의 80년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가정주택은 벽돌로 벽을 쌓아서 집을 짓습니다. 모래를 나릅니다. 시멘트와 자갈을 섞어서 공구리를 만듭니다. 저의 어릴 때가 회상됩니다. 어릴 때 공사장에서 몰래 시멘트를 빼서 주먹만한 공모양을 만든 기억이 있네요. 곳곳에 커피숍이 보입니다. 물론, 먹거리 음식점도 보이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는 간판에 음식점에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네요.

3월말 베트남은 봄날씨이지만 낮기온이 28도 정도입니다.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현장 돌아다녀야 하는데 여름에 최고기온이 40도가 넘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돌아 다닐만 합니다. 아직 얇은 오리털 잠바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서 아직은 추운가 봅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길거리의 개와 저뿐입니다. 다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간간히 돈이 없어 보이는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저는 자전거도 없는 불쌍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운동 삼아 걸어 다닐 만합니다.
한참을 걸으니, 화장실을 가고 싶습니다. 이럴 때는 커피숍으로 향하는 게 상책입니다. 얼마 전에 베트남의 명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시유’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바닥에 연유가 깔린 커피입니다. 달달 합니다. 2층이 있는 커피숍에 앉아서 홀로 호수를 바라봅니다. 오토바이가 다닙니다. 보통 2명이상 타고 다니네요. 뒷사람이 앞사람의 허리를 잡는지 어깨를 잡는지 유심히 쳐다봤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앞사람 운전자의 어떤 부분도 잡지 않습니다. 그게 베트남의 예의인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혼잡으로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아마도 오토바이의 동승자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 호수를 쳐다보지만 말동무는 없습니다. 그냥 덥네요. 간단하게 달달한 커피를 금방 마시고 일어섭니다.

베트남에 일하러 왔는데 그냥 쓸쓸만 느낌만 돕니다. 창살없는 감옥이라고 할까요. 어디든 갈 수는 있지만 어디로 갈지 몰라서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돈은 있습니다. 하지만 돈 쓸 줄을 모릅니다. 밥 먹고 마사지만 받고 있습니다. 세상을 재밌게 살고 싶은데 저 자체가 따분한 사람인 것 같네요. 오늘도 그냥 그적거려 봅니다. 내일을 위해 이제 자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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