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대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공무원의 현실3

서호자 2023. 10. 16. 20:46

진상 민원 사례

3. 진상 민원
진상 민원 한 건은 하루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민원인은 자신이 하려는 일을 먼저 알아보고, 최대한 준비한 다음에 관청을 방문해야 함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맨몸으로 온다. 설명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해주고, 필요서류도 다 적어줘야 한다. 몇 번을 말해준 것도 알면서 그냥 서류를 제출한다. 검토하면서 내가 몇 번이나 이건 안된다고 말씀드렸지 않는다고 말하면 나는 처음이라서 잘 모른다. 알아서 해주느냐고 말한다. 담당 공무원이라서 저는 서류 검토해서 신고 접수하는 사람이지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서 반 정도는 수긍하고 가고, 가면서도 불만을 토로한다. 2번씩이나 방문했는데도 서류접수를 안 해주냐고, 서류도 복잡하고, 구시렁구시렁……. 반정도의 민원인들은 수긍하고 돌아간다.
어떤 분은 민원접수할 때 서류를 잘못 작성해 놓고 공무원한테 잘못을 미룬다. 만약 예로 수박인지 호박인지 적는 난이 있다고 하자. 수박인데 호박이라고 잘못 적어놓고, 나중에 수박이 뭐고, 호박이 뭔지 설명을 공무원이 안 해줘서 잘못 적었다고 계속 전화를 거신다. 그러면 설명을 민원인에게 수박인지 호박인지는 그것을 하는 행위 자(민원인)니 아는 것이지 공무원은 알 수 없다고 답하면 수박이 뭔지 호박이 뭔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줘서 많이 아는 공무원이 미리 설명했으면 잘못 적지 않았냐는 식이다. 내가 수박인지 호박인지 보지도 못했는데 수박인지 호박인지 잘못 적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전화 한 통 받으면 그날 하루는 일이 진척이 안 된다.
보통 일주일에 한 명 정도는 사무실을 찾아와서 큰소리를 치시는 민원인분이 있다. 다른 사람과 분쟁이 있는데 중립적인 면에서 그 내용을 설명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말하면 목소리가 올라간다. 그런 민원은 1시간 이상 걸린다. 해당 공무원이 진이 다 빠진다. 민원인이 욕을 해도 듣고만 있어야 한다. 설명을 그렇게 해줬으면 고맙고,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을 해보겠는 것이 아니라 법이 잘못되었다는 태도가 대부분이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책까지 제시 안 해주면 큰소리가 더 난다. 많은 공무원이 정신병약을 먹는다고 들었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에게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인에게 불리하게 조금만 말해도 욕을 먹게 되어있다.
옆 계에서 일어난 분쟁이 있었다. A(어느 단체의 전 회장)와 B(어느 단체의 현 회장) 왕의 분쟁인데 하루는 A가 와서 질문하고 그 내용을 가지고 B에게 따지고 말싸움을 했나보다 그다음 날은 B가 와서 공무원에게 해당 내용을 물어보고 가고 며칠 있다가 다시 A가 와서 해당 내용을 공무원에게 질의하고 공무원이 대법원판사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은 민중의 동네북이다. A한테 욕먹고, 그다음 날은 B한테 욕먹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면 A와 B는 앞으로 할 모든 행위의 위법성을 물어본다. 신문고로…….
신문고로 어떤 행위를 하는 데 문제없는지 물어보고 일을 진행하고 하는 것을 봤다. 신문고 하나에 답변을 해주려면 많은 내용을 찾아보고, 과장님까지 결재를 받아야 문서가 나갈 수 있다.

편하게 쉬는 주말이 없는 공무원 생활

4. 국민의 봉사자
휴일 저녁이었다. 문자가 왔다. 산에 불났으니 긴급으로 집합하라는 것이었다.
갈고리와 물 분무기를 짊어지고 산 입구에서 공무원 몇십 명이 대기했다. 소방수가 불을 끄고 우리는 잔불 제거하는 것이었다. 산불이 잡히지 않은 상태이고, 바람이라든지 기타상황을 봐서 우리는 잔불을 제거하러 가야 하지만 주민들은 대기해있는 우리에게 큰소리를 쳤다.
“뭐하러 왔나? 길까지 가르쳐 줬는데 불안 끄고 뭐하냐? 시간 보내려 여기 왔냐?”
휴일 야간 돈 때문에 나온 게 아니다. 시간당 9200원 받으러 내가 여기 와 있는 것인가? 주민들을 위해 산불 끄러 왔는데……. 산불 꺼주는 일이 욕 먹을 일인가? 여기가 등산로도 아니고 일반인들은 들어가지도 않는 곳인데…. 분명 주민 중에 일부가 낸 불일 가능성이 큰데 왜 우리한테 욕을 하는 것일까.
5.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 공무원
민원인 중에는 공무원이 해당 법을 설명하면 자기 뜻에서 불만을 토로한다. 법이 이렇게 잘못되어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이런 법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식이다. 여기까진 좋다.
행정업무를 보는 공무원에게 민원인은 법을 바꿔 달라고 한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삼권이 분리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행정업무와 사법 업무는 분리되어야 민주주의가 성립한다. 민원인의 입장은 이렇다. 자신은 잘 모르니 잘 아는 공무원이 국회에 가서 해당법을 변경해달라는 것이다. 그건 국회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나는 잘 모르니 잘 아는 당신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